2019년 5월 26일 일요일

[글] 클라우드 시대의 글쓰기

2년동안 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했던 경험으로 회사생활 초기의 글들은 대부분 군대문서 비슷한 형태이었다. 군대문서의 특징은 내용을 템플릿에 맞춰 한두장으로 요약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작성하는 문서들은 사물을 설명하는 서술식보다는 한자어나 요약어들을 이용하여 함축적으로 작성하는 개조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문서가 제목만 다르지 비슷한 포맷으로 작성이 되어서 엇듯 보기에는 다른 내용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형태로 작성되었다.

회사에서 작성한 내 글을 읽는 고객들도 대부분 대한민국의 군대 출신의 남자들이다 보니문체나 작성방법에 대해서 불만이 없었고 의사소통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서술식으로 작성한 다른 직원의 글에 대해서는 팀장이 내용 정리가 안되었다는 핏잔을 주곤했다.

인터넷의 바람이 불면서 각종 블로그가 우후죽순 유행을 하기 시작했고, 블로그에는 기능위주의 설명보다는 사람의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글쓰기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마침 이모티콘 바람이 불면서 간지러워서 생전 써보지 않았던 이쁜 모양의 아이콘들의 인터넷에 홍수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기능적 개조식 위주의 글쓰기에 숙달된 나에게는 그런 이모티콘 넣고 간질간질한 글은 체질에도 맞지 않았고 다른 글을 보고 쓰더라도 나의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몸으로는 거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시대에도 과거 군대식의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어느 날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던 중 눈에 띄는 글이 있어 한참을 읽다보니 내 글이었다. 처음 글을 읽을 때 생각은 이 사람도 군대에서 제법 키보드를 좀 쳤겠다는 생각과 요즘 블로그 글과 달라서 딱딱하다라는 생각이었다.  나중에야 내 글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약간은 충격을 빠졌다. 나도 이제는 인터넷 블로그 스타일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도 내 글을 읽으면 재미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클라우드 시대라 하고 인터넷 시대와는 또 다르게 전개가 되고 있다. 아직도 인터넷 시대 글쓰기 스타일을 다 배우지도 못했는데 클라우드 시대라고 하니 또 고민에 빠진다. 클라우드시대에는 빠른 인터넷 속도와 스마트폰의 고성능화로 글보다는 동영상이 대세인 시대이다. 또한, 손가락이라는 빠른 인터페이스도구를 이용하여 재미가 없으면 바로 읽거나 시청하다가도 바로 나가버리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요즘과 같은 동영상이 범람하는 클라우드 시대에서는 동영상이 기존의 글을 대체하는 듯한 형태이다. 똑같은 내용을 글로 작성하는 것보다는 동영상으로 읽거나 부가적인 그림이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 근본을 따져보면 결국에 글쓰는 것을 말로 읽는 것으로 매체만 변경되었지 나의 생각을 다른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보다는 이제는 과거의 군대에서 사용했던 형식적인 구조나 감성적인 이야기 전개보다 다이나믹하면서 반전이 있고 아주 쉽게 전문 기술을 설명해아하는 시대이다.

클라우드시대의 글쓰기가 뭐가 다를까 반문할 지도 모르지만 분명 클라우드시대는 기존의 인터넷 시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적어도 인터넷 블로그시절에는 기승전결의 형태를 가지고 좀더 긴 호흡으로 글을 읽었다면 클라우드시대는 더 빠른 내용전개가 생명이다. 가장 중요한 결론부터 보여준 다음에 내용을 전개해야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그 사이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머지 내용을 읽게 되는 매카니즘을 이해하고 약간은 얍샵하게 사람들을 유인할 단어나 문구를 생각하야 한다. 마치 광고업자 같은 느낌도 들지만 요즘과 같이 멀티 플레이 시대에 광고업자가 어디에 있고 순수 창작자가 어디에 있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깊이 사고하지 않고 간단한 소재로 사람들을 잡아서 계속해서 영상이나 문서를 보게 만드는 것은 맘 떠난 학생들 데리고 수업시간에 재미없는 설명하는 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으리라. 구조와 반전,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전개되는 스토리 전개 등 이전의 글쓰기와는 호흡시간도 다르고 소재도 다른 분야가 클라우드 글쓰기이다.

이제는 더 많은 글을 읽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다른 클라우드 영상을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전달하려는 내용의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가 더 중요해지지 않나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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